99일 후, 진정한 사랑을 찾다

2026-03-03

내 첫사랑이자 소꿉친구인 남사친은 100일간 아침 식사를 준비해주면 나와 사귀어 준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나는 99일까지 준비하고 멈추었다. 난 99일 동안 그를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마지막 하루는 남겨두고 알코올로 스스로 마비시켰다. 술에 취한 나는 절친에게 음성메시지를 보냈다. “너… 너희… 오빠한테… 전해줘… 오늘 밤… 나와 같이… 있어달라고!” 그날 밤,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절친의 오빠가 귀가 붉어진 채로 문앞에 서있었다. “내가 짝사랑하는 거 어떻게 알았어? 그런데 사귀는 첫날부터 함께 밤을 보내도… 괜찮아?” 난 얼빠진 채 굳어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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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일 후, 진정한 사랑을 찾다" 1장

교양 수업 교실에서, 나는 아직 따뜻한 아침 식사를 박태주에게 건네주었다. 오늘은 박태주에게 아침 식사를 준비해준 지 벌써 99일째 되는 날이다. 그는 웃으며 아침 식사를 받아 들고, 곧바로 옆에 있던 우리 학교 최고 인기녀인 주다은에게 건네며 부드러운 말투로 덧붙였다. “어제 햄버거랑 두유가 먹고 싶다고 했지.” 주다은은 방긋 웃으며 내가 직접 만든 아침 식사를 들고 우쭐 뽐냈다. “태주야, 유진이가 만든 햄버거랑 두유가 너무 맛있는데, 내일 또 먹고 싶어!” 두 사람이 말을 서로 주고받는 모습이 마치 썸 타는 사이인 것 같았다. 박태주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다가, 나에게로 돌아섰다. “유진아, 내일도 햄버거와 두유 준비해 줘!”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박태주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내가 이미 동의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내 손을 꼭 잡고 후후 불었다. “오늘 아침 준비할 때 손을 데지 않았지?” 박태주는 늘 이렇게 종잡을 수 없었다. 야속한 것 같으면서도 부드러운 모습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항상 내가 포기하고 싶을 때, 다시 한번 박태주도 사실 나를 좋아하는 것 같은 착각을 주었다. 나는 살짝 힘을 주고 그의 손에서 벗어났다. “아니, 난 다음 수업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 그는 부드러운 말투로 답했다. “수업이 있으면 어서 가 봐!” 나는 몸을 돌려 그 자리를 떠났다. 하지만 두 발짝도 가지 못하고 주다은의 애교 섞인 콧소리가 들려왔다. “태주야, 계속 이유진이 널 위해 만든 아침을 다른 여자에게 주면 이유진이 속상할까 걱정 안 해? 밤에 이불 속에 숨어서 울수도 있잖아.” “아니, 쟤는 너희들 같은 여자들과 다르거든.” 내가 다른 여자들과 다르다는 말은, 박태주가 항상 나에게 했던 말이다. 전에 나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잘 몰랐다. 그러나 이제는 알았다. 분명 내가 다른 여자들보다 피부도 거칠고 살집도 두툼해서, 더 충격을 잘 견디어 낸다는 뜻이겠지! 하지만 박태주도 잊었을까? 내가 아무리 피부가 거칠고 살집이 두툼하다고 해도, 나도 결국엔 여자인데. 저녁이 되었다. 난 학교 밖에 있는 자취집으로 돌아왔다. 바로 그때 박태주의 메시지도 도착했다. “내일 아침에 두유 한 잔 더 준비해 줘. 다은이가 너무 맛있다며 한 잔으로는 부족하대.” 나는 한번 훑어보고 답장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한참 지난 후, 그는 또 메시지를 보내왔다. “내일 점심 뭐 먹고 싶어? 내가 널 데리고 갈게. 비싼 거로 골라, 엄마가 너에게 밥 사주는 거 아시면 틀림없이 돈 줄 건데 뭐.” 박태주의 집과 우리 집은 이웃으로 사이가 아주 좋다. 어른들께서 항상 나중에 서로 사돈이 되자고 농담을 건넬 정도로. 나는 어려서부터 박태주와 함께 자랐고, 소꿉친구라고 할 수 있다. 내가 박태주에게 처음 고백했을 때, 박태주는 나의 감정이 단지 이웃 남사친을 좋아하는 것일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약속했다. 늦잠을 좋아하는 내가 그에게 100일간 아침 식사를 준비해주면 나와 사귀어 준다고. 하지만 박태주는 모른다. 내가 99일째까지 아침을 준비해주고 더 이상 준비해주지 않기로 이미 결정한 걸. 99일 동안의 견지로 좋아하는 내 마음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마지막 하루는 나를 위해 자존심을 지킬 것이다. 100보를 가야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데, 내가 99보를 걸었을 때 박태주는 한 걸음도 내딛지 않는다면. 그럼 우리가 정말 사귀어도, 우리의 관계는 불평등할 것이다. 난 진심으로 박태주를 좋아한다. 하지만 자존심까지 내팽개치고 불평등한 사랑을 추구하는 건 용납할 수 없다. 99일 동안 내가 박태주를 좋아하는 마음이 조금씩 갉아먹은 걸, 그는 아직 모르나 보다. 메시지를 잠깐 지켜본 후, 나는 박태주의 번호를 차단했다. 아마 상상하지도 못했겠지. 어릴 때부터 자기 꽁무니만 쫓아다녔던 그 여자아이가 어느 날 차단할 줄은. 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을 것이다. 그는 무려 뛰어난 재능과 외모를 겸비한 인기남이니까. 나 같은 별 볼 일 없는 사람이 사라져도. 수많은 미녀들이 뒤를 이어 그를 쫓아다닐텐데. 다음날 나는 수업이 없어서 학교에 가지 않았다. 해 질 무렵까지 그냥 누워 있었다. 밥은 대충 몇 입만 때우고, 소주를 반 병이나 마셨다. 머리는 어지러웠지만 마음만은 완전히 취하지 않았다. 밤에 홀로 술주정을 부릴까 봐, 나는 절친 유한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밤에 와서 같이 있어달라고. 캄캄한 어둠 속에서, 거하게 술을 마신 나는 유한별에게 음성메시지를 보냈다. “너… 너희… 오빠한테… 전해줘… 오늘 밤… 나와 같이… 있어달라고!” 메시지를 보낸 후, 바로 침대에 쓰러졌다. 잠에 취한 채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른다. 속이 울렁거리며 당장이라도 토할 것 같았다. 급하게 화장실로 가서 변기에 엎드려 하늘이 노래질 정도로 토했다. 온 몸에 역겨운 냄새가 진동했다. 구린내를 몇 번 맡았더니 더 속이 괴로웠다. 비틀거리면서 잠옷을 들고 화장실로 가서 샤워를 했다. 한참 동안 씻었더니 그제서야 만족스러웠다. 샤워 타월만 두르고 나왔을 때, 갑자기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보나마나 유한별이겠지. 나는 옷도 갈아입지 않고 바로 문을 열었다. 문이 열렸다. 하지만 현관문 앞에 있는 사람은 유한별이 아니라. 유한별의 오빠. 유한준이었다. 번개같이 나타났다 구름처럼 사라지는 희대의 천재이자. 박태주보다 여학생들에게 더 인기 있는 완벽남이다. 나는 몇 초 동안 멍하니 있었다. “한… 준 오빠?” 유한준도 잠깐 움직임을 멈추더니 귀가 붉어진 채로 시선을 아래로 떨어뜨렸다. “내가 짝사랑하는 거 어떻게 알았어? 그런데 사귀는 첫날부터 함께 밤을 보내도… 괜찮아?” 취기가 잔뜩 오른 탓인지, 나는 머리가 지끈지끈 조여왔다. 혹시 지금 잘못들은 것은 아닐까 내 귀를 의심했다. ‘유한준이 날 짝사랑한다고?’ ‘말이 되는 소리야?’ 당황하여 얼빠진 나는 한참이나 현관문을 막고 서있었다. 그의 시선이 내가 두르고 있는 샤워 타월에 머무르더니, 약간 난처한 듯이 말했다. “우선 들어가서 얘기해.” 나는 노곤노곤해진 몸을 살짝 옆으로 기울였다. 그리 잘못된 부분이 있다고 생각지도 않았다. 술에 취해 반쯤 감긴 눈으로 유한준이 들어오는 걸 계속 지켜보았다. 현관문을 닫자마자 속이 또 한바탕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난 입을 막은 채 화장실로 가려고 했다. 그러나 가누기 힘든 몸이 유한준의 넓은 등에 부딪혔다. 그는 몸을 돌려 손을 뻗어 내 허리를 꼭 감싸안았다. “왜 그러는…” “토하고 싶어요… 오빠… 나 머리가 어지럽고… 토하고 싶어요…” 나는 그의 품에 안긴 채 고개를 들었다. 유한준의 붉어진 귓가에서 당장 핏방울이 떨어진다고 해도 이상할 것 같지 않았다. 문득 지난 달에 유한별과 같이 야식을 먹으면서 맥주를 마시다가, 조금 과음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당시 방을 잘못 들어가 유한준의 침대로 올라갔었는데. 이어서 그를 껴안았을 때, 유한준의 귓가가 엄청 붉은 걸 발견했다. 마치 지금처럼. “잠깐만 참아. 내가 화장실까지 부축해 줄게.” 그는 내 드러난 팔을 잡았다. 하지만 마치 무엇에 데인 것처럼 곧 서둘러 손을 거두었다. 나는 유한준의 손이 아주 보기 좋다고 생각했다. 길게 쭉 뻗은 손가락은 뼈마디가 뚜렷했다. 마치 나의 가느다란 허리를 단번에 잡아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술은 자고로 인간관계의 ‘촉매제’이자 사랑의 ‘묘약’이다. 머릿속에 왠지 모르게 19금 장면이 떠올라 나는 순간적으로 입안이 바싹바싹 말랐다. 유한준은 어찌할 바를 몰라 그저 내가 그의 품에 기대도록 내버려 두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보았다. 섹시한 얇은 입술은 마치 달콤한 열매처럼 촉촉하고 붉었다. 나는 참지 못하고 가까이 다가갔다. 입을 벌려 그 붉은 입술을 지그시 물고 가득 빨았다. 어떻게 이토록 포근하고 부드러울 수가 있을까. 그 느낌에 빠져든 나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상쾌한 소나무 향이 코끝에 맴돌자, 울렁거리던 속이 훨씬 편해졌다. “이유진!” 유한준은 낮고 잠긴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며, 손을 뻗어 꿈틀거리는 내 손을 잡았다. 어슴푸레한 빛 아래 그의 잘생긴 얼굴은 나와 아주 가까웠다. 어느 정도냐면, 내가 그의 길고 약간 곱슬곱슬한 속눈썹을 정확하게 셀 수 있을 정도로. 따라서 그의 시선 속에 숨겨둔 자제할 수 없는 한 가닥의 흐트러짐도 자연스럽게 볼 수 있었고. 내 손을 잡은 그의 손도, 지금 이순간 아주 살짝 떨려오는 걸 느낄 수도 있었다. ‘세상에 어떻게 이렇게 잘생기고, 입술도 맛있는 사람이 있을 수 있어?’ 유한별과 절친이 되어서부터, 유한별은 항상 자기 오빠가 세상에서 제일 잘생기고 총명하다고 말하면서, 나에게 새언니가 되어달라고 농담을 했었다. 처음에는 유한별이 너무 오버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실물을 보고 나서야, 유한별의 언어적 표현이 형편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미처 실제의 발끝에도 못 미칠 정도였으니까. 그때부터 나는 유한별의 집을 자주 드나들었다. 온갖 방법을 동원해 미남을 훔쳐보기 위해서였다. 한 번은, 유한별의 집에 갔을 때. 유한준이 서재에서 책을 일고 있었는데, 마침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이 그를 밝게 비췄다. 빛과 그림자의 조화 속에서 그는 환상속의 천사처럼 아름다웠다. 유한준은 책에 정신이 팔려, 내가 서재로 들어가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나는 그렇게 몰래 옆에 앉아서 턱을 괴고 그를 한참 동안 쳐다보았다. 결국 손이 저려와서 책상에 엎드렸고. 나중에는 부끄럽게도 잠에 들기까지 했다. 내가 깨어났을 때, 그는 여전히 책을 읽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의 외투를 걸치고 있었다. 원래 나는 우리 두 사람만 가깝게 지냈던 이번 기회로, 우리 사이가 조금이라도 가까워질 줄 알았다. 이튿날 내가 박태주와 함께 영화를 보러갔는데, 마침 유한준, 유한별과 마주쳤다. 모처럼 학교 밖에서 그와 마주쳤기 때문에, 반가운 마음으로 막 입을 열고 부르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유한준은 아주 냉담하고 거리감 느껴지는 표정으로 나를 흘끗 쳐다보고는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솔직히 아주 서운했다. 그 후로 기회를 찾아 유한별의 집에 갔지만, 유한준과 다시 마주치기 어려웠다. 짝사랑에 실패한 나는, 더 이상 감히 남신을 마음에 둘 수 없었다. 그리고 나와 박태주 부모님들의 농담 속에서 박태주에게 마음이 생겨, 100일 아침 식사 준비 약속을 정한 것이다. 그런데 빙빙 돌다가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올 줄 누가 알았을까. “이유진.” 유한준은 얼굴을 옆으로 돌려 내 짓궂은 입술을 피했다. “내가 누구인지 알고 있어?” “알고 있어요.” “누군데?” “유… 유… 한준… 오… 오빠…” 저도 모르게 말을 더듬었다. 유한준은 나지막하게 웃었다. 매력적인 목소리에 내 온몸이 전율했다. “제대로 알아봤으니까 됐어.”

"99일 후, 진정한 사랑을 찾다" 후기

흑요석의 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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